방산하송 2012. 1. 4. 13:47

어제 저녁 바람과 함께 눈발이 날렸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마당에는 구석구석 눈이 소복하다. 바람이 훑고 지나간 흔적이 매끈한 선으로 남았다.

 

눈의 변주 1 

 

선은 어떤 대상을 나누는 경계이다. 그러나 모든 경계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그 경계의 맞물림이 어떻게 되어 있느냐가 세상의 평화를 결정한다.

 

눈의 변주 2

 

오로지 음영으로만 부피와 두께를 보여주는 눈, 사소한 차이로 인한 불투명한 경계의 모호함은 어떤 실체의 모습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 사소함은 종종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눈의 변주 3

 

 

밝은 햇빛아래 맨몸을 드러낸 눈은 더욱 희다. 그리고 녹아 내리기 시작한다. 그 경계를 다투는 치열함에 있어서 그러나 시간은 결코 변수가 되지 못한다. 

 

눈의 변주 4

 

부드러움과 단단함, 드러남과 들어감, 길고 짧음, 그것은 조화이며 섭리이다. 저 돌 위에 또 다른 돌이 부딪혀 있다면 얼마나 삭막할 것인가? 그러나 늘 그렇듯 모든 것은 언젠가는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눈의 변주 5

 

양을 뒤집으면 음이 된다. 바라보는 방향이 바뀌면 세상의 이치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미세한 것을 가까이 보면 크게 보이고 광할한 우주도 멀리서 보면 작아 보인다. 근본적으로 모든 세상의 현상은 그 크기에 차이가 없다. 

 

 

2012년 눈이 내린 날 아침.   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