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내통신

송하산방의 여름 꽃자리

방산하송 2012. 7. 22. 12:44

장마가 끝나간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것이다. 그동안 잦은 비에 우쑥 자라난 집 주변의 풀들을 정리하고 베느라 정신이 없다. 풀을 베다 보니 여기저기 여름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찬찬이 둘러보니 제법 많은 꽃들이 있다. 사다 심은 것이나 캐다 심은 것도 있고 본래 있던 것도 있다. 마음먹고 집 둘레를 한 바퀴 돌아보면서 확인을 해 보았다.

 

 

현관을 나서면 소나무 밑에 노란 기린초가 눈에 들어온다. 비가 올 때는 색이 밝아 유난히 더 눈에 띠었다. 그 옆으로 소나무 주변에는 키가 작은 맥문동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보라색 꽃이 한창이다. 작년에 산에서 캐다 심은 도라지는 죽은 줄 알았는데 올해 한 뿌리가 살아나 꽃을 피웠다. 참나리는 꽃이 떨어졌다.

 

 

앞 화단에 봉숭아는 집 뒤에 심은 것을 옮긴 것인데 꽃이 절정이다. 뒤에 있던 것들은 이번 태풍에 많이 쓰러졌다. 봄에 울산에서 사다 심은  섬초롱이 아직까지도 꽃을 잘 피우고 있다. 보통 것보다 색깔이 진해 보기가 좋다. 비비추는 며칠 전 꽃이 다 졌고 노란 원추리는 뒷산에서 캐다 앞 화단과 연못 뒤에 심었는데 올해 꽃을 잘 보았다.

 

 

연못 가장자리에 심은 사철 채송화는 자리를 잘 잡고 크는 중이고, 물속에도 노랑 어리연과 수련이 하루가 다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수련은 몇 번 꽃을 보았으나 연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화분이 작고 거름이 부족한 모양이다.

 

 

앞 논둑의 중간 턱에는 인월 장에서 사다 심은 당귀가 꽃을 한참 피우고 있고 배롱나무도 가지를 다 잘랐는데 꽃봉오리가 엄청나게 맺혔다. 곧 꽃이 필 것이다. 담벼락을 타고 올라온 인동은 아직도 끝물이 싱싱하게 남아있다.

 

 

집 입구에 심은 서감이란 철쭉은 키는 작지만 요즘 들어서 꽃이 피는 만종인데 붉은 꽃이 선명하여 보기가 좋다. 담 안쪽에는 여러 가지 콩을 심어 놓았는데 그 중 자주완두콩이 꽃을 피웠다. 곧 온 담을 덮을 것이다. 달개비도 보랏빛이 예쁘다.

 

 

밖으로 나가 집 뒷쪽으로 돌아가니 소나무 부근의 두릅나무 사이에 메꽃이 피었다. 건너편 풀밭에는 패랭이가 예쁘고 고들빼기도 한참 꽃이 남아있다. 키 큰 원추리도 여기 저기 피어 있다. 꿀 풀은 끝물인데 이른 쑥부쟁이가 벌써 보인다.

 

 

뒤쪽 담벼락 위, 가장자리를 따라 갈퀴덩굴이 온통 뒤덮고 있다. 보랏빛 꽃을 보면 꼭 콩이나 새완두처럼 보인다. 왼편 개울가를 따라 양쪽에는 이제 달맞이가 군데군데 피었다. 노란 꽃이 앙증맞다. 개망초는 어디라도 지천이다. 곧 박하도 돌미나리도 꽃을 보일 것이다. 

 

 

개울을 건너 들어와 다시 집 뒤안으로 돌아가면 장독대 위에 올 봄 사다 심은 석류가 꽃을 달고 있다. 제대로 살 것 같지 않았는데 늦게야 잎이 무성해 지더니 꽃 까지 피워냈다.  담벼락을 따라 올린 오이, 호박, 그리고 수박과 참외까지 제대로 돌보지 않았는데도 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고 있다. 오이와 호박은 벌써 따다 먹기 시작했는데 참외나 수박은 과연 맛을 볼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며칠 전 거실 앞쪽에 마루를 내고 천장은 갈대발로 엮었는데 박을 올릴 계획이다. 유인 줄을 매달고 준비해 놓았던 박을 붙였더니 잘 타고 올라갔다. 위쪽 김용현 선생이 모종을 주어 큰 화분에다 키워놓은 것이다. 아직 많이 올라가지는 못했지만 그 사이 밤이 되니 하얀 박꽃이 보였다. 

 

마루에 앉아 먼 산을 쳐다본다. 꽃들이야 옛날부터 사철 피고지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꽃을 찾는 이에게는 꽃이 보이겠지만 욕심이 앞서는 사람에게는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은 미학적 눈을 가질 수 없다. 아름다움의 본질을 모르는 사람들이 권력을 차지하고 사회를 구성한다면 그 사회는 추악해지고 파괴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름 꽃자리를 살피고.  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