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하송 2013. 7. 16. 09:00

새벽

이슬을 털고

수면 위로 일어선 순간

다른 모든 것들은 입을 다물었다.

 

 

 

 

 

 

 

 

하마 연이 올라올까? 기대도 못했는데 가녀린 꽃대가 올라오더니 드디어 꽃을 피웠다. 티끌 하나 없는 백련이다. 잎이나 꽃의 크기가 작은 소형이지만 연못이 크지 않으니 조금 더 번지면 잘 어울릴 것 같다. 작년에 정우규 선생한테 받은 연은 결국 죽고 말았는데 올 봄 다시 같은 종을 새로 얻어 넣었더니 이번에는 죽지 않고 살아났다. 물속 잎만 서넛 보이고 물 위로는 잎이 올라오지 못해 아마도 꽃을 보기는 어려울 듯 했는데 혼신의 힘을 다해 꽃 한 송이를 피워냈는가 보다. 수련과 노랑 어리연은 처치 곤란할 지경으로 무성한데 연은 내가 잘 못 심었는지 상태가 부실한 편이다. 내년에는 거름도 넣고 홍련도 중간 크기로 두어 뿌리 구해 같이 심으면 좋을 것 같다.

 

그동안 참으로 바빴다. 정신없이 밀린 일을 처리하고, 거둘 것과 심을 것들을 손 보고, 밭과 집 주위에 무성하게 자란 풀들을 매고 뽑고 베어낸 뒤 논에 김매기 까지 마쳤다. 논고랑사이에 빼곡히 들어찬 풀들을 뜯어낼 때는 참으로 힘들고 일은 더디었다. 거의 열흘이 걸려 김을 매고 나니 손톱이 다 닳아 없어질 지경이었지만 십년 체증이 내려간 듯 속이 시원해졌다. 기분도 홀가분해졌다. 이제서야 겨우 여유를 찾게 된 것이다. 그래도 둘러보면 또 해야 할 일투성이다. 아니 농사짓는 시골살이라는게 사시사철 일의 연속이고 더욱이 여름철에는 풀이 많아 잠시라도 눈을 팔수가 없다.

 

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