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내통신
안개
방산하송
2013. 9. 9. 09:07
아침이면 안개가 장관이다. 온 산을 뒤덮는 안개. 실상사는 안개에 푹 파묻혀 있을 것이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다. 한번 끼면 앞 쪽으로 세 방면이 모두 안개에 파묻히게 된다. 앞산이 완전히 가려질 때도 있다. 우리 동네만 지리적 위치 때문인지 안개가 침범하지 않는다. 덕분에 새벽에 일찍 일어나면 사방에 피어난 안개와 안개 낀 산을 바라보는 것도 한 즐거움이다.
동쪽도 온통 안개가 차지하고 있다. 앞산 아래 만수천을 따라 안개가 피어오르면 실상사에서 상황마을 쪽으로 이어진 골짜기로도 안개가 같이 일어나는 것이다. 햇빛을 받아 다소 불그스름한 몽환적 분위기를 보이기도 한다.
안개 속으로 희미한 산은 실체가 모호하다. 세상이 안개 속이라면 누군들 확연히 앞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동네 뒷산만은 아침 햇살에 깨끗한 얼굴을 그대로 보여준다. 어느 곳이든 언제나 제 모습을 잃지 않고 굳건히 제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이번 가을엔 뒷산 정상을 한 번 올라가봐야겠다.
풀밭의 꼬리풀은 이슬을 달고 싱싱하다.
기다리다보면 아무리 어두운 안개라도 8시 즈음에는 모두 사라진다. 햇살을 받기 시작하면 피어오르던 안개도 금세 가라앉고 마는 것이다. 안개가 사라진 하늘은 더 맑고 청량하다.
안개 낀 날 아침에.. 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