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하송 2013. 10. 30. 12:29

 

 

 

 

다 털어도 한 말 남짓한 것

성성한 손발 놔두고 기계 빌릴 수 있나?

하늘은 시원하고 바람은 맑은데

허공을 가르는 도리깨

알리는 주먹 한 번 뻗는데 기백만 원이었다지만

내 도리깨질 한 번은 몇 푼어치나 될까?

내려다보던 큰 소나무 허허 웃으며

자네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정신이 될 터인즉

그것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느니

 

 

 

마당에 늘어놓고 손대기가 귀찮아 마냥 미루고만 있던 콩 타작을 시작 했다. 일찍 심은 흰콩이다. 이장이 농협에서 콩 터는 기계를 빌릴 수 있다고 했지만 얼마되지 않은 양을 가지고 오고가는 것이 귀찮아 그냥 손으로 털기로 했다. 아직도 늦콩이 남아있고 서리태 심은 것도 말리는 중이니 두어 번 더 털어야 한다. 가을 햇볕이 좋으니 일하기에도 좋다. 도리깨질을 하자니 서투른 솜씨가 표 난다. 가끔 헛치면  상하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 한다. 그래도 내가 심고 거둔 콩이어서인지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거두는 대로 곧 메주도 쑤어야 할 것이다.

 

벌써 시월이 다 간다. 산에 한 번 올라가려던 것이 아직도 엄두를 못내고 있다. 마늘 양파는 심었으니 큰일은 대략 마무리가 되었다. 11월 부터는 다시 책과 붓과 나무 만지는 일로 돌아가야 하는데 하고 싶은 것이 많아 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시제에 참석할 때가 다가온다.

 

콩을 털며. 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