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내통신

데뷔

방산하송 2013. 12. 1. 20:10

 

 

이제 벽을 잡고 일어섰으니

곧 손을 떼고 혼자 걸으리.

머지않아 문 밖에 나서서

밭과 자갈 길, 시냇물도 건너며

가볍게 언덕을 넘고

드디어는 높은 산도 오르리.

누가 처음부터 단숨에 걸을 수 있으며

누가 넘어진 적도 없이 발걸음을 배웠으랴?

달도 초승달부터 차오르기 시작하고

큰 강물도 작은 골짜기로부터 흘러 내려온 것.

그러므로 세월이 지나면

언젠가는 맘껏 뛰고 달리고

달음질 선수가 될 수도 있으리.

누구보다도 앞서 달려갈 수도 있으리.

혼자 달려가는 것이 꼭 좋을 일만은 아니지만

설사, 누구 앞에 나서는 그런 이룸이 아니라도

어쩌면 이 세상 무엇보다도 훌륭한  

스스로의 빛나는 성취

그 꿈은 이룰 수 있으리.

 

 

대금발표회가 있었다. 지난 번 판소리 때 보다 훨씬 긴장되었다. 마지막 곡의 대표연주를 맡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리허설 때는 잘 나던 소리가 막상 본 공연을 시작하자 대금 구멍에 무언가 막힌 듯 소리가 잘 나지 않았다. 다행히 첫 곡을 지나면서 그런대로 음을 되찾아 마지막 연주 때는 별 실수 없이 마쳤지만 끝나고 나서도 내심 미안스러웠다. 김태준 선생이 속한 중급반은 산조 중모리를 연주했는데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로 차이가 있었다. 언젠가는 나도 저만큼은 할 수 있겠지 오히려 의지를 되새겼다. 지난여름 북장단을 배웠던 이성형 선생을 만났는데 한국무용과 해금을 같이 배우고 있었다. 나를 보고 잘하시더라고 추겨주었지만 역시 민망스러웠다. 김태준 선생의 안사람인 자강이 엄마가 휴대폰으로 찍어준 사진은 너무 흐려 대금도 잘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아는 이라고 챙겨준 것이 고마웠다. 겨울동안 맹연습을 해 필히 중급반으로 올라 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다른 국악모임의 발표까지 다 보고 단체사진을 찍은 후 가까운 식당에 가서 뒤풀이를 하였다. 같이 공부했던 한 부인이 시조창을 배우러 나오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 벌려놓은 것이 많아 당장은 어렵겠다고 사양했다. 대신 나중에 꼭 배우고 싶다고 대답했다. 남원시민은 복 받은 사람들이다. 이렇게 다양한 문화 활동을 쉽게 접하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우리를 강습했던 국악원 단원인 강사선생에게 쓸 만한 대금을 하나 구해달라고 했더니 백여만 원은 줘야 한다고 했다. 예상외로 고가지만 어차피 앞으로 계속하자면 괜찮은 대금이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아 알아 봐 달라고 부탁을 했다. 자꾸 일이 커지는 것 같다. 그러나 늙어서까지 즐길 수 있는 좋은 벗을 하나 만드는데 그런 정도는 감당할 만 하지 않겠는가?

 

국립 민속국악원 예원당에서 대금 발표를 마치고. 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