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이순에 들었으니...

방산하송 2014. 1. 5. 17:31

무거운 짐은 내려놓아야 한다. 억지로 붙들고 있는다고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면 그예 포기하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다. 누구에게든 무엇에게든 어떤 것을 기대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얼마나 이기적인가? 이 세상의 어떤 것도 내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 것이니 불가의 납자들이 주장하는 출가의 변을 이해할 만도 하다. 세상의 일이란 불가(不可)한 것이 너무 많으며, 그것은 선택의 문제도 선악의 문제도 아니고 옳고 그름의 문제도 아니다. 제각각의 길이 다르기 때문이며 각자가 구해야 할 몫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한 해가 시작되었다. 나도 이순의 나이에 들어섰다. 어떤 말도 다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으며 무슨 말을 들어도 동요하지 않고 거리낌이 없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마냥 순리대로만 돌아가지는 못하는 세상, 이순의 귀는 열려져 있을망정 다만 입은 다물어야겠다. 이제와서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그저 콩이나 잘 자라기를 빌 뿐(도잠) 새해 첫 날 성모 대축일을 맞아 묵상 중에 소개된 '힐데 도민'의 짧은 시를 새겨보았다.

 

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