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어린이를 위하여

방산하송 2014. 3. 6. 14:34

 

봄 방학 말미에 울산의 김광률 선생이 가족과 함께 방문하였다. 전주 쪽으로 가족 여행을 갔다 오는 길이라고 했다. 저녁을 먹고 늦게 돌아 갈 모양이었다. 남매인 두 아이는 운이와 친해지려고 온갖 수단을 부려보기도 하고 큰 아이는 초등학교 저학년인데 거실에 있는 서각에도 관심을 보였다.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달라고 하더니 급기야는 하루 자면서 배우고 가자고 부모를 조르기까지 했다. 대략 하는 방법을 설명해주고 나중에 나무가 생기면 글을 하나 잘 파서 부쳐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보냈다.

 

병풍을 마무리하러 들렀던 목공소에서 허드레 나무처럼 버려진 가죽나무를 얻어왔는데 작지만 둘로 나누면 두 아이에게 각각 짧은 글을 새겨줄 만 하였다. 그 길로 나무를 다듬은 뒤 글을 쓰고 팠는데 그들에게 적당한 글귀를 고심하다 각각의 이름에 어울리는 글을 생각해 냈다. 큰 아이는 주명인데 한자로 두루 주(周), 그릇 명(皿)이라고 했다. 그래서 바다처럼 넓은 마음과 뜻을 가지라는 뜻으로 쓴 것이고, 밑의 딸아이는 보명인데 지킬 보(保), 밝은 명(明)이라고 해서 늘 해처럼 밝고 따스한 마음을 가지라고 새긴 것이다. 그 아이들의 앞날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것으로 이번 겨울 작업은 모두 마쳤다. 벼루와 서각 공구, 카메라까지 모두 정리해 이층으로 올렸다. 컴퓨터도 곧 올려 보내야겠다. 탁자를 하나 쯤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그것은 다음 겨울에 해야 할 모양이다. 고사리 거름 내라는 안내가 있었고 며칠 내 감자와 완두, 담배상추 등을 심을 준비를 해야한다. 나무도 유실수로 몇 주 더 알아볼 계획이다.  올해는 연못에 홍련을 몇 뿌리 사다 심어야겠다.

 

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