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손
사람 손만 한 연장이 또 있을까?
파고 심고 짓고 세우며
뿌리고 거두는
어떤 것이 이리 섬세하며
무엇이 이만한 흉내 낼 수 있으리
먹고 마시고
만지고 사랑하며
때로는 말없이 건네는 위로
손이 아닌 다음에야 무엇이 대신하리
그러나
찬란한 이룸도 거룩한 노동도
따뜻한 사랑도 부족했던 가난한 손
다만 부지런히 놀리면 굶지는 않는다는
옛 말씀대로 그저 열심히 밭고랑을 고른다
그 손으로 먹고 산다
그리 많지 않은 농사이기도 하지만 나는 대부분 손으로 밭을 일군다. 봄 채소를 심을 집 뒤 텃밭을 일구다 문득 손의 수고로움을 생각해 보니 참으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고 부수고 거름을 넣고 고르고 두둑을 만드는 일까지 무수히 많은 손이 가지만 장갑도 잘 끼지 않는다. 덕분에 엄지손가락 끝이 갈라져 잘 낫지 않는다. 일을 하다 말고 갈라진 손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미안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어느 귀퉁이에 스러질 허무한 인생인지는 모르나 언젠가는 나와 함께 땅 속에 묻히리라.
자기 손으로 벌어먹고 산다고 하지 않던가? 어느 기계, 어떤 장치도 손만큼의 역할은 하지 못한다. 사람의 문명이란 곧 손으로 이루어진 역사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손이란 무서운 것이기도 하다. 탐욕의 손, 사치와 허영의 손, 누군가를 위협하는 손, 자연을 죽이는 잔인한 손도 모두 인간의 것이다. 그래서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손이지만 땅을 일구는 나의 손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그러면서도 안쓰럽고 미안하기도 하다. 부리기만 하고 다듬어 줄줄은 모르는 주인 덕에 고생이 심하다고 스스로 위로를 해 본다.
채소밭을 일구다가 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