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하송 2014. 5. 13. 11:01

 

 

 

아무래도 안 되는구나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구나

눈앞에서 두 눈 뜬 채 생으로 죽어간 너희들을 보내고 나서

우리는 모두 죄인이 되었구나

맥없이 가라앉아 돌아오지 못하는 너희들 생각에

화창한 계절만큼이나 어이없는 허탈감, 쌓이는 분노를 어찌하지 못해

마음이 들뜨고 답답하여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구나

 

우리의 오월은, 사월은, 마디마디 뼈아픈 역사, 서러운 세월이건만

너히들마저 기어이 또 하루를 새겨 넣었구나

무엇이 이토록 우리들의 계절을 운명처럼 붙들어 매어

끊임없이 시험하고 힘들게 한단 말이냐?

산자는 결코 편안히 숨 쉴 수 없는

참으로 잔인한 사월이고 오월이구나

 

생떼 같은 너희들의 죽음이 무슨 징조인 것만 같아

알 수 없는 뭔 일이 벌어질듯 안절부절 한없이 두려워진다

이제껏 버티어 온 우리가 덧없이 사그라질 징조냐?

배반의 세월을 누리던 한 줌 반역의 무리들이 패망할 신호냐?

이도 저도 아닌, 한 끼 밥에 눈멀어 또 그냥 묻고 목줄 매인 체 살아갈거나?

비겁한 세상, 어리석은 세상

악다구니 같은 세상, 너희들이 처분하거라

눈 시퍼렇게 뜨고 아무래도 용서하지 말고 너희들이 처분하거라

 

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