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을 보며
한 해를 마무리하다
방산하송
2014. 12. 21. 21:46
저녁 무렵이 되어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올해는 12월부터 눈이 너무 잦다. 부산의 친구들이 다니러 와 곶감 말린 것을 가져가고, 집사람도 떠난 뒤 나는 혼자 남아 이 궁리 저 궁리를 하다 문득 달력이 눈에 들어왔다. 시기를 놓치거나 잊어먹지 않으려고, 또 미리 준비하기 위하여 농사일과 관계된 것을 주로 정리해 놓은 메모용 달력이다. 거꾸로 뒤져보니 지난 한 해 나의 농사일정이 고스란히 정리되어 있었다. 이렇게 또 일 년이 지나가는구나. 감회가 새롭다.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에서 세월의 무상함이 새삼 느껴진다.
아무래도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는 봄철인 것 같다. 특히 유월은 겨울작물과 여름작물의 교차 시기라 달력이 정신없이 복잡해 보인다. 여름에는 그다지 바쁜 일이 없으니 달력도 깨끗하다. 그러다 가을걷이가 시작되는 시월부터는 다시 달력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드디어 긴 겨울의 휴식시간이 찾아왔다. 겨울은 갈무리하고 마무리하는 계절이다.
내 생에 한 번뿐인 갑오년, 내년이면 다시 육십갑자가 시작되지만 지나간 세월과 언젠지도 모르게 왔다가 가버리는 계절은 늘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나이와 시절에 순응하는 것, 그것이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철도 없이, 낮과 밤도 구분 없이,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추구하고 설사 이루었다고 한들 나중에 무엇이 남겠는가? 부질없는 일이다.
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