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던일을 멈추다.(퇴임사)
우리의 삶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 것인가를 두고 절친한 친구와 마주보고 앉아 참 어이없어 했던 적이 있다. 엊그제 청춘의 시절이였는데 벌써 우리의 자식들이 그 나이를 넘어서 있으니 말이다.
많은 나이도 아니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둘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참 섭섭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이미 마음을 작정한 일이고 또 적당한 시점이라고 생각했으니 별 미련은 없다. 세상의 인심이 욕심으로 채워져 가는것 같아 나는 이것이 견딜 수 없었다. 학교가 사람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남을 이기고 올라서라고 채찍질을 하는 것 같아 더 이상 보아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합천의 농부시인 서정홍 시인이 퇴직을 결심했다는 소리를 듣고 참 잘했다고 칭찬하였다. 나이든 사람이 그만 두어야 젊은 사람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하나라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였다. 시골로 이사 하겠다는 말에는 더 잘했다고 부추기었다. 복잡한 도시에서 한 사람이라도 나와야 숨통이 트일 것이 아니냐고 했다. 농담같지만 생각해보니 진심이 어린 말이다.
어쩌다 새벽에 일찍 눈을 뜨면 도시의 묵직한 굉음소리에 가슴이 답답하였다. 거대한 공장이 내는 무거운 신음소리 같았다. 사람과 자동차와 사치와 허영이 서로 욕망의 숨을 섞는 도시를 언제라도 떠나야 겠다는 생각을 늘 해오던 터였다. 이제 이곳을 떠나리라. 자연으로 돌아가리라.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세상과는 거꾸로일지 모르지만 그것이 옳은 길인지도 모른다. 도연명의 귀거래사가 참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歸去來兮 (귀거래혜) 돌아왔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