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을 보며

언젠가는 되겠지...

방산하송 2011. 5. 6. 19:10

 

어제 동네 어르신들을 초대하여 집들이를 무사히 마치고, 오늘도 못다한 뒷밭의 풀을 메고 있는데 점심 무렵 지적공사로부터 또 전화가 왔다. 분할측량에 대한 행정처리가 끝났으니 수입인지 값을 내고 도장을 찍어야 한다고 했다. 순간 내 입에서는 고함소리와 욕지거기가 나올 뻔 했다. 이제는 준공신청이 처리되어 준공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이건 또 뭔 소린가 하였기 때문이었다. 며칠 전 지적공사로 부터 분할처리가 끝났다고 하여 설계사무소에 연락을 했더니 확인해보고 준공을 신청하겠다고 해서 다음 주 까지는 모든 것이 완료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준공이 나면 주말쯤에는 포크레인 작업을 해 마당을 정리하려고 계획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사 처리된 결과를 가지고 다시 시청에다 분할지적도를 첨부하여 승인을 받으라는 것이다. 그 후 준공을 신청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 또 열흘은 걸릴 것이라고 한다. 이런 놈의...

 

한숨이 나온다. 속에서는 앞산에 번지는 구름처럼 무엇인지 끓어오르는 것 같다. 이렇게 주민들의 민원 사항을 질질 끌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4월 초 부터 준공신청을 한다고 했는데 이제껏 그 모양이다. 그렇게 많은 절차가 필요하고 행정처리가 복잡하다는 것인가? 전용 신청- 현장 측량- 분할에 대한 현황 측량- 분할 처리 및 지적도 정리- 분할 승인 - 준공 신청- 승인. 대략 절차가 이러한 것 같다. 작년에 이미 대지 전용에 따른 측량을 하고 경비를 지급했으며 그것을 근거로 건축허가가 나왔다. 그런데 지금와서 다시 분할에 대한 측량과 행정처리를 해야 한다고 해서 추가로 경비를 내고 측량을 해 갔는데 그것이 지금까지 미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설계사무소나 지적공사나 이런 과정에 대한 상세한 안내도 없고, 시기에 대한 통보도 없고, 그저 법적인 기간 내에 처리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그 때마다 민원인에게는 현안에 대한 통보와 거기에 따른 비용만 징수를 해갔다. 그동안 수많은 전화와 통보와 신청과 확인, 비용의 납부 그리고 재촉이 있었지만 아직도 해결이 안된 것이다.

 

집도 마무리를 해주지 않고 건축업자는 마냥 늦추고 있다. 배수구 정리, 지붕 마무리, 뒷문 계단 설치, 전기 시설 보완 등 이것저것 남아 있는데 하냥 꾸물대고 있다. 비가 많이 오면 마당은 엉망이 되는데 손을 대지 못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집 앞과 뒤의 밭을 정리 못하니 무엇을 심을 수도 없다. 모 심을 철이 되어 논일도 바쁘고, 뒷밭에 풀 메고 각종 모종 심을 준비도 해야 하고, 준비는 덜 돼 있는데 가장 바쁜 농사철이 되어 제대로 일을 모르는 나는 그저 마음만 바쁘다.

 

자, 그러나 마음을 가다듬고...

내가 서두른다고 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앞산에 구름은 피어오르고 비가 올려나 보다. 내일은 마저 밭을 매고 논두렁을 다시 쳐야겠다. 초보의 솜씨가 형편없어 작년 이장님 왈 그래가지고는 농사 못 짓겠다는 말씀이었다. 며칠 뒤 자기 논에 모가 오면 남는 것으로 모심을 준비를 해보라고 하였다.

비가 오면 논둑을 새로 치고 물을 받아 써레질을 부탁하고 어디서든 모를 구해 한번 심어보자. 설마 모가 없어 벼농사를 못 짓기야 할까? 집 주변 정리나 마당정리, 밭 만드는 일도 언젠가는 되겠지. 준공도 기다리면 나겠지. 쉬엄쉬엄 논농사 밭농사 배우고 지어가며 나무도 심고 채소도 가꾸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손에 익겠지.

 

집을 짓기 시작한지가 벌써 여덟 달이 지났다. 설마 일 년을 넘기기야 하겠는가? 장마 전에는 마당정리도 다 될 것이다. 바쁠수록 쉬어가고 돌아가라는 말씀은 다 일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쉬어가며 하자. 돌아가며 하자. 빨리 한다고 상 받을 것도 아니고 늦는다고 벌금 내는 것도 아니다. 느릿느릿 피었다 사라지는 앞산 구름처럼 언젠가는 이루어지겠지.

 

유몽영을 펼쳐보니 '하루의 계획으로 파초를 심고, 일 년의 계획으로 대나무를 심고, 십년의 계획으로 버드나무를 심고, 백년의 계획으로 소나무를 심는다.' 고 하였다. 나는 몇 년의 계획으로 집을 다듬고 나무를 심을 것인가?

 

다시 연이어 '봄비는 책읽기에 알맞고, 여름비는 장기 두고 바둑 두기에 좋으며, 가을비는 점검하여 간수하기에 안성맞춤이고, 겨울비는 술 마시기에 적당하다.' 라고 하였다. 사망춘운생(四望春雲生)하고 봄비가 올 것 같으니 책이나 펴들고 뒹굴어 보는 것이 어떠하랴?

 

 

辛卯樹春.  송하산방에서 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