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더불어 사는 것들

방산하송 2011. 7. 15. 10:16

遊玩山水亦復有緣,苟機緣未至,則雖近在數十里之內,亦無暇到也

산수를 노닐며 감상하는 것 또한 인연이 있어야 한다.

진실로 인연이 닿지 않으면 비록 가까이 수 십리 안쪽에 있다 하더라도 가 볼 틈이 없을 것이다.

-張潮의 幽夢影(유몽영) 중에서

 

산은 늘 거기 있으되, 오고 가는 것들이 힘드니 험하니 곱니 떠들어 댄다. 











구름

본시 변화무쌍한 것이 타고난 성정이거늘 잡된 인간의 변덕스러움에 비교하다니... 










바람

본래 보이지 않는 것. 그러나 지나 가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이야 애초부터 본성이 맑고 순수한 영혼의 상징이지.










저 자유로운 영혼들이 날개를 접고 편히 쉴 곳이 점점 없어져 간다.










소나무

옛날부터 이 자리에 자리 잡고 있었지. 그대들이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난 당신들을 위해 핀 것이 아니라네. 우리들의 소명일 뿐이야.


 

 

 








나비

배추씨 뿌린 곳은 어찌 그리 귀신 같이 알고 한들 한들 찾아오는가?











나방

낮에 나비가 춤추며 놀다 간 뒤에 어두워지면 밤손님처럼 찾아드는 나방.

 

 

 

 

 

 

 

 

 


잠자리

신사같은 몸매로 하늘을 유영하다 가끔은 사람사는 곳을 기웃거린다.











청개구리

장마철 잦은 비마중에 그악스러운 울음 소리.











파리

좀 멀리 가서 놀게.

 

 






 


 



거미

꿈을 크고 높다랗게 매달았지. 그러나 비가 와 이슬만 주렁주렁.

 










강아지

내가 풀 좀 먹어봐서 아는데 소화가 잘 안되는 편이지.











난 너희들이 한 짓을 알아. 내 땅에 와서 어떤 일을 벌이고 무엇을 가져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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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모처럼 장마비가 그치고 해가 났습니다. 아침에 한 바퀴 둘러보고 오전에는 위 글을 정리하여 올린 후, 오후에는 오랜만에 밭일을 열심히 하였지요. 늦은 저녁을 먹고 이층으로 올라가는데 창문 밖으로 달빛이 비치지 않겠어요? 동쪽 산 위로 구름을 뚫고 올라오는 달은 보름달이었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요.

그런데 밤 늦은 시간 잠자리에 들려고 내려오다 밖으로 비치는 달빛이 너무 좋아 마당으로 나가 봤더니 아! 온 세상은 달빛 천지였습니다. 멀리 지리산 등성이 위로는 흰 구름이 설산처럼 얹혀져 있고 그 위의 하늘은 너무 맑은데 둥근 보름달이 마음껏 빛을 발산하고 있었습니다. 온 세상이 훤하고 마당의 풀밭 위로도 달빛이 고즈녁했습니다. 여름답지 않게 날은 서늘했고요. 나는 맥주 한 캔을 들고 나와 편안히 앉아서 달을 쳐다보며 사방의 개구리 소리를 안주 삼아 한 모금 했습니다. 그 시원텁텁한 맛이라니요.

다시 유몽영의 한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사람이 한가한 것보다 즐거운 것은 없다. 아무 할 일이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가하면 능히 책을 읽을 수가 있고 명승지를 유람할 수가 있다. 좋은 벗과 사귈 수도 있고 술을 마실 수도 있으며 글을 쓸 수도 있으니, 천하의 즐거움이 이보다 큰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그 밑에는 역자인 정민 선생이 이렇게 덧 붙여 놓았지요. '한가한 것은 할 일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일없는 것을 한가로움이라 하지 않고, 늙어 할 일이 없는 것을 두고도 한가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한가할 때 우리 삶은 가장 충만해지고 왕성해진다. 알던 글도 새롭게 읽히고 늘 보던 산과 물도 새삼스럽게 보인다. 친구와 만나도 진정으로 반갑고 나누는 술 한 잔도 그렇게 다정할 수가 없다. 그러나 한가함은 그냥 찾아오지 않는다.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 될 때만 찾아온다. 내가 없이는 결코 한가로움도 없다.'

모두 행복 하십시오.  신묘 유월 보름날.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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