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과 함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꽃이 피니 나비는 날아들고

방산하송 2014. 4. 25. 11:09

 

꽃이 있으니 봄이다

꽃 피니 나비는 날아들고

봄날은 점점 깊어 가는데

꽃 지면 어찌하나?

하루하루가 이별인 것만 같아

가지도 않은 봄이 벌써 아쉬운데


청승이 외려 병인듯 

세상 꽃 없어 못 산적도 없고

일체의 것 오고가는 것이 이치라.

봄 가면 여름꽃, 여름 가면 가을꽃이

겨울 되면 하다 못해 눈꽃이라도 피겠지

아니, 이 세상은 언제나 꽃밭이어라

사랑의 꽃밭

 

 

거실 앞 화단에 영산홍이 붉게 피었다. 꽃이 피니 나비가 찾아와 주변을 날아 다녔다. 오랜만에 보기 좋은 풍경이다. 장자의 나비는 아닐지라도 나는 한참이나 넋을 잃고 나비와 꽃을 구경하였다. 오래 전 어느 봄날 혼자서 변산의 내소사에 들렀을 때 마당 귀퉁이에 홀로 서있던 오래된 영산홍이 생각났다. 만개한 꽃 사이로 검은 호랑나비 두어 마리가 나풀거리고 있었는데 빨간 꽃에 검은 나비가 대비되어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그 강렬한 색감의 대비가 지금도 머리 속에 남아있다.

 

봄이 무르익었다. 박남준 시인은 '꽃은 또 피고 지랄이야?'하고 버림받은 한 사내의 상처 난 넋두리를 읊었지만 봄은 꽃이 있으니 봄이 아닌가? 집 가장자리에 심어놓은 철쭉도 잘 피었다. 라일락도 꽃을 피웠고 목수국도 꽃이 달렸다. 조팝나무는 곧 꽃이 올라올 것 같다. 금낭화도 꽃을 달고 있다. 백리향의 꽃이 촘촘해졌고 흰 제비꽃은 아직까지도 한창이다. 민들레는 다같이 흰 씨앗을 들고 서있다. 장관이다. 이 봄 혼자 즐기기에는 너무 아깝다. 곧 지나갈 것만 같아 꽃이 지기도 전에 아쉽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든다. 그나저나 세월호 바다 밑에 가라앉은 생떼 같은 꽃들은 어찌할꼬?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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