且夫天地之間 物各有主 (차부천지지간 물각유주)
苟非吾之所有 雖一毫而莫取 (구비오지소유 수일호이막취 )
惟江上之淸風 與山間之明月 (유강상지청풍 여산간지명월 )
而得之而爲聲 目遇之而成色 (이득지이위성 목우지이성색 )
取之無禁 用之不竭(취지무금 용지불갈)...
소동파(蘇東坡)- 적벽부(赤壁賦) 중
대저 천지 사이의 사물에는 제각기 주인이 있어
어느 것이든 나의 것이 아니라면 털끝만한 것이라도 취할 수 없지만
오직 강 위를 미끄러지는 맑은 바람과 산 위에서 빛을 던지는 밝은 달만은
누구든지 그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누구든지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있으니
이것만은 아무리 가져도 말리는 이가 없고, 아무리 즐겨도 없어지지 않는 것이라...
퇴임 후 처음으로 붓을 잡아 보았다.
글은 소동파의 적벽부 중 일부로 자연과 인생에 대한 소동파의 깊은 안목과 철학이 잘 표현되어 있는 명문이다.
퇴임선물로 서지원 선생이 지필묵을 선물하였다. 그 마음씀이 고마웠다. 집에서는 먹을 갈아 쓰고 붓도 중필 이상으로 쓰지만 학교에서의 모습을 보아서인지 세필과 먹물과 화선지를 두루 갖추어 선물하였다.
오늘은 그 종이와 붓과 먹물로 글을 썼다. 서지원 선생님에게 이 글로 대신 인사를 하는 셈이다. 두루 두루 원만하고 솜씨가 좋으니 좋은 신부감인데 아직 짝이 없으니 노총각 남정네들은 모두 눈멀고 멍청한자 들이다.
나는 아직 제대로 글을 익히지 못했다. 그저 흉내내는 정도이다. 그럼에도 묵향과 시와 글이 좋아 이렇게 붓을 휘둘러 보는데, 학교의 몇 사람이 시화전 작품을 표구해 걸어놓았다고 하니 부끄러울 뿐이다. 앞으로 열심히 수련하여 부끄럽지 않은 글씨가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2010. 10. 07 송하산방 주인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흔의 바다 2 (0) | 2010.10.26 |
---|---|
마흔의 바다 1 (0) | 2010.10.25 |
귀향을 위한 기도 (0) | 2010.09.19 |
저문강에 삽을 씻고(시화전 작품) (0) | 2010.09.12 |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0) | 2010.09.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