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과 함께

지리산을 보며

총알처럼 솟구치는...

방산하송 2014. 11. 5. 13:33

골든타임이라니

경제의 골든타임이라니

생목숨 가라앉던 피같은 골든타임

오리무중으로 외면했던 사람이

그 입으로

면목도 없이 그 입으로

감히 골든타임이라니

총알처럼 솟구치는 분노*

 

말이란 그런 것

때와 쓰지 말아야 할 때가 있는 법

앞뒤 분간도 못하고 

앵무새 같이 되뇌던 입으로

다시 경제의 골든타임이라니

누구의 죄인가?

헛된 망령에 눈 멀어

이렇듯 억장이 무너지는

기만의 세월을  불러들인 것은

(* 이명수의 칼럼 중)

 

 

 

세월호 유가족을 외면한 채 국회의사당에 진입한 대통령의 입에서 경제의 골든타임 운운하는 말이 나왔을 때 정말 어이없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심리학자인 이명수도 화가 난 듯 한겨레신문의 칼럼에서 '총알처럼 솟구치는 분노'라고 표현을 했다. 그야말로 촌철살인의 한 마디다. 우리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가? 그것이 어디서 나온 말이었던가? 수백 명의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그 안타까운 골든타임을 수수방관한 사람이, 울부짖는 유가족들에겐 눈길 한 번 안 주었던 사람이 어떻게 골든타임이니 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런 지독한 무례가 없다. 이것은 말에 대한 모독이다.

 

골든타임이라는 말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 천연덕스럽게 골든타임을 말하던 그날 대통령의 모습은 자못 화사했다. 짙은 화장으로 가린 억지스런 미소는 또 무엇인가? 그러고 보면 복장도 늘 취향을 살린 듯 누군가에 의해 재단된 옷을 입는 것 같다. 그러나 어쩐지 품위가 없어 보인다. 아무리 얼굴과 몸매로 승부하는 나라라고는 하지만 대통령마저 그 범주를 못 벗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한심할 때도 있다.

 

경제 문제도 그렇다. 규제 완화니 창조 경제니 모호한 구호는 요란하지만 지금 경제상태란 일촉즉발의 상황이라는 것이 모든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자본과 대기업의 입장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 불공정한 조세, 고용과 복지에는 무관심하면서도 엉뚱한 곳에 낭비되는 재정, 옳바른 방향으로 정책을 유도해도 어려운 상황에서 늘 단기적 처방이나 부동산 위주의 정책에 목을 매고 있으니 한 치 앞이 불안한데, 입만 열면 경제가 중요하다느니 힘을 모아야 한다느니 떠들더니, 이번엔 경제의 골든타임이라는 말로 국민을 협박하고 나선 것이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큰 덕목은 무엇일까? 그가 외쳤던 국민 통합이란 어떤 것이었을까? 그는 정치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쟁으로만 배운 것 같다. 본인 뿐 아니라 국가로서도 큰 불행이다. 그가 닮고 싶어 한다는 독일의 메르겔 수상과는 너무나 비교된다.(무엇을 닮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유례없는 장기 집권을 하면서도 그렇게 높은 지지율을 자랑하지만 그의 옷이나 화장은 별 꾸밈이 없다. 그저 평범하고 수더분한 얼굴의 인상일 뿐이다. 무엇이 중요한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어떤 정책을 만들고 어떻게 추진하며 어떻게 동의를 구할 것인가? 그 외에 대통령에게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툭하면 해외순방으로 자리를 비우지만 수많은 국민들이 염려하는 세월호 문제는 애써 무시하고 있으니...

 

어지간하면 포기하고 싶다. 사실은 희망이 없다고 포기하고 살고 있지만 그러나 한 번씩 솟구치는 분노는 어쩔 수가 없다. 그들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우리들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일까? 그 싹을 싹둑 잘라버리고 못 본 체 하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미련의 뿌리가 너무 깊어서인가?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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