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과 함께

지리산을 보며

내가 해야할 것들에 대하여

방산하송 2010. 9. 18. 10:31

있음과 없음..

존재론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도 사실은 상당한 파격이다. 아무나 쉽게 쓰지는 못한다. 지리산을 보며 내가 추구해야할 것과 버려할 것을 정리해보려고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윤구병선생은 한참을 벗어난 분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에 실패하고 은퇴를 선언한 뒤 앞으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정리해 보았더니 할 일이 훨씬 더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희망을 가지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고 한다. 결국 그러한 문제가 반드시 나이나 환경에 연연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상당한 부분 공감을 하였다.

 

나도 이제 지금까지의 삶의 자리와 형태가 크게 달라진 셈이니 앞으로의 생활을 어떻게 운영해야할까에 대한 새로운 다짐을 해 보야야 할 것 같다. 살다보면 한번씩 매듭이 지어지는 때가 있는데 그런시기의 마음가짐은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1. 절대적 신념

이것은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너무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을 조심하라고 했다. 그 신념으로 인해 무슨 일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2. 유기농, 자연주의, 생태주의 등..

너무 깊게 빠져들어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을 고집해서는 안된다. 과도한 집착으로 더 큰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3. 아침시간

아침시간을 놓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모름지기 자연인은 이 아침을 어떻게 준비하고 맞느냐에 의해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4. 감각적 오락에 빠지지 않기

내가 지금껏 유약한 부분 중에 하나가 잡기의 재미에 빠지는 경우이다. 소인의 성향이다. 좀더 담백하고 유유한 시간보내기에 익숙해질 일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잘보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바람과 구름과 산을 마주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 

 

5. 동네사람들과의 관계설정

너무가깝지 않게, 그러나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동네의 일에 소홀히 하지 않고 필요한 경우에는 언제라도 힘과 시간과 경비를 보탤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6. 글을 읽고 쓰는일

가장 중요한 일상의 일이 될 수 있다. 단 너무 가볍지 않게, 너무 무겁지도 않게, 이제는 편안한 마음과 정신으로 규칙적인 독서 시간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너무 잡다한 것을 한꺼번에 펼치지 않도록 하되 의무감이나 욕심으로 독서를 해서는 안된다.

 

7. 산을 오르는 일

두번째 쯤 중요한 일이 아닐까? 게으름 피우지 않고 산에 오르는 일을 실천해야하고, 산을 오르는 동안에 생각할 거리를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산을 가볍게 오르지 말고, 너무 무리한 산행을 하지말고, 기분 내키대로 경로를 바꾸지 않아야 한다. 적당히 땀 흘리고 나무와 돌, 시냇물 등과 대화하며 움직이도록 한다.

 

8. 실상사의 법회

매월 초하루와 여드레 아침 열시의 정기법회는 가능한한 참석하도록 하고, 시간이 되는대로 주변의 문화행사에도 가보도록 한다.

 

9. 남원시내 나들이

여러가지 생활상의 나들이 외에도 우리 문화를 익히고, 글씨를 배울수 있는 곳을 찾아내 지도를 받도록 한다. 오고 갈 때는 버스를 이용한다.

 

10. 글씨연습

본격적으로 서예를 해볼 수 있는 기회이니 붓을 자주 잡고 기본부터 착실히 연습하여 내 나름의 글씨를 완성하도록 한다. 글씨도 그 사람의 인품이어서 기교나 모양이 아니라, 느낌과 철학과 진중함이 묻어나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그 사람의 삶의 향기가 베어 있어야 한다.

 

11. 나무 심기

주변의 우리나무를 구해 심고 가꾸는 일을 틈틈히 실행한다. 활엽수를 주종으로... 그러나 탁타의 경우처럼 심은 나무에 너무 연연해 하지 않는다. 유실수를 많이 심으면 좋겠지만 토질이나 환경이 어떠한지 모르고 작황때문에 실망이 클지도 모른다. 그저 주변에 어울리는 나무숲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차근차근 심어나가 보도록 한다.

 

12. 채소와 알곡식 농사

우선은 내가 먹을 채소거리는 반드시 직접 가꾸어 본다. 상치나 오이, 파, 부추 등과 양파, 당근, 무우, 배추 까지. 그리고 마늘과 고추, 콩, 깨 등의 기본 작물 외에  감자나 고구마, 옥수수 등도 ...

 

13. 전교조에 동참하기

먼저 남원 지회에 연락을 하고 산내에 있는 중학교, 초등학교 조합원들을 찾아가 벗하고 행사에도 참석하도록 한다. 단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우에만 참석을 하고 부담을 주어서는 안될 것이다.

 

14. 가끔 여행하기

별나지 않게, 가끔 멀리 다른 지역에도 가보도록 하고 주변 도시의 문화행사에도 관심을 가진다. 여유가 생긴다면 해외 나들이도 계획을 해본다. 히말라야, 인도, 중국, 그리고 나중에 아랍과 유럽을 한번 가보도록 한다.

 

15. 자전거 타기

가까운 거리는 걷기, 읍내나 인월에 갈때는 자전거를 이용한다. 운동을 겸해서 두세기간 거리의 자전거 나들이를 해보기도 하고, 김선생을 방문할 때도 날씨가 좋으면 한번씩 자전거를 이용해 보도록 한다.

 

16. 잠자는 일

지금가지 가장 불규칙적이였던 것 중의 하나가 잠자는 시간이다. 너무 빠르지 않게 그러나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한밤을를 넘지 않도록 한다. 일상의 움직임은 기계적인 시간이 아니라 자연의 시간에 맞추어 행동한다.

 

17. 음식

물론 기본적인 식습관이 크게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까지 크게 육류를 선호하지는 않는 편이니 채소를 많이 먹고 규칙적인 식사를 하도록 한다.  담백한 음식, 나물류, 채소국, 가끔 해조류나 생선을 구입해서 곁들이면 좋을 것이다.

 

18. 음악듣기

작은 오디오를 새로 구입한다. 기기에 결코 욕심내지 말것. 그리고 음반구입에 과도한 경비를 쓰지 않도록 한다. 일상적으로는 라디오 방송이나 컴퓨터를 이용하면 듣고싶은 음악을 얼마든지 들을 수 있을 것이다.

 

19. 누구를 만나고 찾아가는 일(인척과 친구와 주변 사람들)

사람 사귀는 문제에 너무 연연해 하지 않는다. 지리산 자락에 스며든 많은 이들이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잘 지내는 일이 우선이고, 겸손한 마음으로 인품과 덕을 쌓아간다면 좋은 이웃과 친구는 절로 생길 것이다. 동기간이나 가까운 인척들에 대해서는 그동안 소홀히 한 만큼 적조하지 않을 정도로 안부를 묻고 한번씩 방문을 하도록 하자. 울산에는 그동안의 인연과 내가 남겨논 흔적으로 인해 한번씩 다녀 갈 수 밖에 없겠지만 항상 충동적이지 않고 계획적인 왕래가 되도록 한다. 

 

20. 방문객에 대하여

방문객에 대해서도 너무 얽매이지 않는다. 방문객으로 인해 내 할일을 미루거나 생략하지 않는것을 기본으로 한다. 단 그들도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되 있는 그대로의 음식과 잠자리로 접대한다. 이것은 중요한 원칙이다.

  

이 모든 것들은 내 건강이 유지될 때 가능한 일이다.

그것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지만 모든 것은 정해진대로 흘러갈 것이다. 크게 미련을 두거나 안타까워 할 일도 아니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