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과 함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나이는...

방산하송 2013. 6. 7. 10:03

밥을 먹고 상을 치우는데

반찬 뚜껑 하나가 남았다.

아무리 찾아봐도 그릇은 보이지 않고

무엇을 담아 논 것인지도 오리무중

도대체 방금 내놓은 물건이 어디로 갔단 말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아서는데

순간의 허탈감, 전자렌지가 눈에 들어왔다.

워 먹겠다고 꺼내놓았던 생선 한 토막

렌지 안에 얌전히 들어있었다.

 

불쑥 다가오는 불안감

오래 전의 기억은 새록새록 나는데

금방의 일은 까마득히 잊어 먹고 마는

사람이며 식물이며 혹은 어느 동네며

잘 알던 이름까지 모연해질 땐 식은 땀이 흐른다.

이제는 나 자신도 믿을 수가 없구나.

함부로 나서다가는 큰 코 다치겠구나.

천하장사도 용 뺄 재주 없는 나이

어쩔수 없이 겸손해져야겠구나.

 

 

 

실컷 저녁준비를 한다고 국을 끓여놓고 나서 보니 밥은 안 해 놓았다든지, 프라이팬에 반찬을 만들어놓고도 그냥 밥을 다 먹고 만다든지 하는 일이 잦다. 혼자 생활하다보니 두서가 없기도 하고 서툰 일이라 자주 잊거나 빼먹는 일이 발생하는 모양이다. 그런 것들이야 그런가보다 할 수도 있지만 갑자기 나무이름이나 꽃 이름 같은 것도 생각이 안 나고, 잘 알던 사람의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을 때는 낭패감이 크다. 물건을 사러나가도 무언가를 빼먹고 오기 일쑤다. 사야겠다고 한 물건이 생각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속으로는 걱정스러움이 앞선다. 아마 내 나이쯤이 되면 다 경험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면서 생각하는 것은 이제는 무슨 일이든 조심하고 아무 일에나 함부로 나서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단정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항상 확인하고 살펴보아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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