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의 생존 희망은 없어진 것 같다.
꽃다운 청춘들, 그 아이들의 영혼 앞에 머리 숙여 애도하며...
사고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예방을 하고 조심을 한다고 해도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자연재해나 사고는 피할 수가 없다.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사고와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기적인 점검과 확인, 안전수칙에 대한 철저한 숙지와 사고 발생 시 대피 요령과 구조 훈련이 되풀이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적으로는 이러한 대형 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재난 관리처를 구성하고 구조에 대한 대응 팀을 상시적으로 가동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즉시적인 대응을 할 수 있어야 설혹 사고가 발생한다고 해도 신속하고 조직적으로 대처하여 초기에 수습할 수 있을 것이고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와 같은 경우는 어리석다 못해 억장이 다 무너질 지경이다. 승무원의 무책임하고 잘못된 초기 대응부터 시작해 선박회사의 안전시설 관리, 관리감독 업무, 국가적인 구조 시스템이나 사고 대책본부의 활동, 행정적인 지원 등이 총체적으로 부실하고 미숙하고 갈피를 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과연 이런 나라를 국가라 할 수 있는가? 하는 한탄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사고가 한두 번 이었던가? 그동안 수많은 대형사고들이 심심찮게 일어났지만 그 때만 떠들었을 뿐 새로운 사고가 일어나면 다시 똑같은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주기 밖에 못했다. 과연 세월호의 선장과 승무원, 선박회사와 그 소유주만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우리 모두가 책임이고 우리의 잘못으로 그 무고한 아이들이 희생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일차적으로는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의 잘못된 대처와 부도덕한 행위가 피해를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키웠다고 보이지만, 소관 부처의 소홀한 관리 감독도 큰 원인이었다고 보인다. 도대체 인명구조 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체 운항을 한다는 것도 문제지만 선박 구조가 개조되어 대형사고의 위험을 지닌 체 운항되었다는 것은 곧 감독기관의 업무 태만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국가의 구조체계도 엉망이었다. 구조체계란 말을 쓸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사고가 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책임소재나 언론에 상황을 홍보하는 일이 아니라 인명 구조에 총력을 기울어야 한다. 그러나 구조는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고 온갖 루머와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만 난무하고 있었으니 누구를 먼저 탓해야 할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발표하는 것마저도 정확하지 못해 믿을 수 없을 지경으로 중구난방이었다.
국가의 사후 수습과 구조체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은 국가로서의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국가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가 존재해야 할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허구헌 날 국민을 위한답시고 입에 발린 말들은 잘 하지만 정작 필요한 제도나 재난 관리는 소홀히 하고 막상 문제가 발생하면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바로 그들의 그런 안이한 태도와 무관심이 사고를 일으킨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총체적으로 드러난 도덕적 해이와 안전 불감증은 곧 그들로 부터 시작된 것이다. 아무런 죄도 없는 무고한 학생들은 무책임한 정치권과 천박한 자본주의 희생양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금도 그들은 이 사건의 정치적 이해득실과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비겁한 궁리만 하고 있을 것이다. 정말 부끄럽고 부끄럽다.
안보란 무엇일까? 간첩사건, 무인기 같은 것들에 대한 호들갑이 안보인가? 아니면 국정원의 대선 개입 같은 것들이 안보를 위한 것인가? 앞뒤 없는 종북몰이나 북한에 대해 날 선 비난과 적대적 관계만 유지하고 있으면 안보가 지켜지는가? 온통 엉뚱한 짓거리에만 정신을 팔고 정말로 해야 할 일에는 관심이 없으니 국가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도움도 안 되는 것이 아닌가? 그들에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맡길 수 있겠는가? 세월호의 침몰은 곧 대한민국의 침몰이다. 마치 대한민국이 무너질 때 일어날 수 있는 모습을 승무원들과 국가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국가적 비상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들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이다. 그들에게 국민은 없다.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 안위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불합리와 부정한 위정자들을 놔두고서는 이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수 가 없다. 나라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정의를 무색하게 만들며 이웃과 사회를 이전투구의 살얼음판으로 만든 것도 그들이다. 자신들의 권력유지에만 정신을 쏟고 돈만 있으면 된다는 후안무치의 인간들이 사회를 틀어쥐고 있으니 무엇이 바르게 이루어질 것인가? 서로 돕고 나누어도 어려울 텐데 자기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막돼먹은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회가 과연 정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들이 솔선해서 그런 후안무치를 보여주고 있으니 승무원들도 제 몸만 사리지 않았겠는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들을 위로하고 애통해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또 묻고 지나갈 것인가? 더 이상은 안 된다. 국민 모두가 기본이 충실한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열망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무엇보다 국가가 국가로서의 책무를 다 하게 하려면 책임을 묻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이러한 국가 시스템은 결코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를 우리는 깨 닫아야 한다.
물이 차오르는 배안에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 죽는다는 것이 얼마나 갑갑하고 막막했을까? 새삼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부모들의 애끓는 심정을 생각해 보라. 그 고통을 어찌 위로하며 전 국민이 겪어야할 이 허탈감은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정의인가?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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