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과 함께

산내통신

당호를 걸다

방산하송 2011. 4. 19. 23:24

 

4월 중순인데도 날씨가 변덕을 부리더니 아침나절 건너다 본 지리산 정상부근에는 하얀 눈이 보인다. 역시 예사로운 곳이 아닌가 보다. 개울을 따라 봄꽃들이 만발하였는데 산 위에는 눈이라니...

 

준공 허가는 늦어졌지만 이사를 먼저 하기로 했다. 이사를 하기전에 청소를 하고 커텐을 달았는데 한데 같이 휑하던 방안에 비로소 안정감이 생긴다.

 

준비한 당호를 걸었다. 집을 지으면 걸 서각을 지난 겨울 정성들여 쓰고 나무를 다듬고 새긴 것이다. '송하산방'은 이층 서재 입구에 걸었고 서재안에는 유우석의 '누실명'을,  거실에는 '심여청산 행여장강'과 길섭 갤러리의 강병규작가로 부터 구입한 사진 '천왕봉의 아침'을 걸었다. 늘 산처럼 변함없고 긴 강처럼 유장한 모습으로 살 수 있기를 희망하는 마음을 나타낸 것이다. 현관 입구에는 따로 소품의 글을 써 걸 예정이다.

 

 

이제 집에 이름을 붙이고 혼을 불어넣은 셈이다. 나의 소박한 꿈이 이루어 졌으니 늘 부지런히 일하고, 적은 것으로도 안분하며,  남을 탓하지 않고, 청정한 마음으로 삶을 꾸려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앞으로도 앞뒤 마당에 밭을 만들고, 농사를 지어보고, 나무를 심고, 주변을 가꾸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아무려면 시간은 적지 않으니 내 손으로 쉬엄쉬엄 직접하는것이 좋을 것이다. 공자님께서도 '군자가 산다면 어찌 누추하리오?' 라고 하셨다. 이 곳이 비록 외진 곳이기는 하나 가능한 왕래를 줄이고 땅과 친하며, 시냇물과 나무와 벗하며, 바람과 구름을 보고 쉬어가는 생활을 할 수 있기를 염원한다. 잘못된 세상을 외면하지 않고 치열하게 사는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본래의 모습인 자연의 일부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겠다. 

 

2011. 4. 19. 송하산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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