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과 함께

산내통신

모내기

방산하송 2013. 5. 27. 18:49

자작하게 물을 잡고

숨은 적게

뜸은 넉넉하게

 

이틀 반나절

서툰 솜씨에 허리가 욱씬

발바닥이 뻣뻣

 

어디 공으로 생기는 것 있으랴?

정성이야 큰 산 만큼 들였으니

모 들어선 무논은 보기만 해도 흐뭇

 

때 맞춰

푸른 산, 비까지 잘 내리신다

키우는 것은 역시 하늘인지라

 

* 숨: 심는 모의 갯수

 

 

올해 모심기도 혼자였다. 내 기력이 미치는 날까지는 혼자 해야겠다고 아예 마음을 작정했다. 크지도 않은 논, 손으로 모심기 적당한 면적이니 더 이상의 욕심은 과욕에 지나지 않을 터. 혼자 일년 먹을만한 수확일 뿐이니 어차피 누구에게 나누어 줄 것도 없다. 언제는 혼자가 아니었던가? 얼마나 그것에 대해 마음을 다졌던가?

 

작년에 비해 숨을 거의 절반으로 줄이고 간격이나 줄도 훨씬 여유있게 잡았더니 겨우 열 판 밖에 들어가지 않았다. 너무 심했는가 생각도 들었지만 결과를 보면 정확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동네 사람들은 너무 숨이 적다고 나무라고 귀농한 친구들은 더 줄여도 상관없다고 하니 지켜볼 수밖에. 남은 모는 실상사 농장에서 가져갔다. 모심기를 마치고 윗쪽 김용현 선생이나 옆집 오현천과 막걸리나 한 잔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도 오현천이 먼저 술 한 잔하자고 선수를 치는 바람에 닭 백숙에 소주를 잘 얻어 먹었다.

 

모 심고 하루 쉰 다음 날 단비가 흠뻑 내렸다. 고마운 일이다.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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