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하게 물을 잡고
숨은 적게
뜸은 넉넉하게
이틀 반나절
서툰 솜씨에 허리가 욱씬
발바닥이 뻣뻣
어디 공으로 생기는 것 있으랴?
정성이야 큰 산 만큼 들였으니
모 들어선 무논은 보기만 해도 흐뭇
때 맞춰
푸른 산, 비까지 잘 내리신다
키우는 것은 역시 하늘인지라
* 숨: 심는 모의 갯수
올해 모심기도 혼자였다. 내 기력이 미치는 날까지는 혼자 해야겠다고 아예 마음을 작정했다. 크지도 않은 논, 손으로 모심기 적당한 면적이니 더 이상의 욕심은 과욕에 지나지 않을 터. 혼자 일년 먹을만한 수확일 뿐이니 어차피 누구에게 나누어 줄 것도 없다. 언제는 혼자가 아니었던가? 얼마나 그것에 대해 마음을 다졌던가?
작년에 비해 숨을 거의 절반으로 줄이고 간격이나 줄도 훨씬 여유있게 잡았더니 겨우 열 판 밖에 들어가지 않았다. 너무 심했는가 생각도 들었지만 결과를 보면 정확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동네 사람들은 너무 숨이 적다고 나무라고 귀농한 친구들은 더 줄여도 상관없다고 하니 지켜볼 수밖에. 남은 모는 실상사 농장에서 가져갔다. 모심기를 마치고 윗쪽 김용현 선생이나 옆집 오현천과 막걸리나 한 잔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도 오현천이 먼저 술 한 잔하자고 선수를 치는 바람에 닭 백숙에 소주를 잘 얻어 먹었다.
모 심고 하루 쉰 다음 날 단비가 흠뻑 내렸다. 고마운 일이다.
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