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나를
누구보다도, 무엇보다도
더 많이 사랑하게 하소서.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그것이 쌓여
마침내 펑! 터져 폭발하게 하소서.
매일 매일 터지게 하소서.
그 파편을 맞은 것들은 어찌할 수 없이
나와 사랑에 빠지게 되리라.
우리 집 개 운이와
마당에 솟는 풀과
뒷밭의 채소와 곡식들
개울 건너 산비탈 작은 꽃과 나무들
숲 속의 짐승과 새들까지
아무리 먼 곳에 있는 것도
내가 떠올리는 순간 그 파편에 맞아
그만큼 더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리다.
전화할 줄도 모르는 아이들과
철딱서니 좀 없는 마누라와
앞가림하기에도 바쁜 형제들
얼굴 본지 오래된 친구들
무엇보다 이 땅의 소외된 이웃들과
힘없고 가진 것 없는 민초들까지
그러니 새해에는 나부터 사랑하게 하소서.
너무 사랑한 나머지 뜨겁게 타올라
끝내 터지고야 말도록
누구든 그 파편에 맞으면
도망도 못가고 사랑에 푹 빠지도록
그리하여 나의 영혼이 살아있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주체하지 못할 사랑으로 넘치고 넘쳐
그 자체로 온전한 사랑을 이루게 하소서.
성탄전야에.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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