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과 함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새해에는

방산하송 2013. 12. 25. 00:58

 

 

새해에는 나를

누구보다도, 무엇보다도

더 많이 사랑하게 하소서.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그것이 쌓여

마침내 펑! 터져 폭발하게 하소서.

매일 매일 터지게 하소서.

그 파편을 맞은 것들은 어찌할 수 없이

나와 사랑에 빠지게 되리라.

 

우리 집 개 운이와

마당에 솟는 풀과

뒷밭의 채소와 곡식들

개울 건너 산비탈 작은 꽃과 나무들

숲 속의 짐승과 새들까지

아무리 먼 곳에 있는 것도

내가 떠올리는 순간 그 파편에 맞아

그만큼 더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리다.

전화할 줄도 모르는 아이들과

철딱서니 좀 없는 마누라와

앞가림하기에도 바쁜 형제들

얼굴 본지 오래된 친구들

무엇보다 이 땅의 소외된 이웃들과

힘없고 가진 것 없는 민초들까지

 

그러니 새해에는 나부터 사랑하게 하소서.

너무 사랑한 나머지 뜨겁게 타올라

끝내 터지고야 말도록

누구든 그 파편에 맞으면

도망도 못가고 사랑에 푹 빠지도록

그리하여 나의 영혼이 살아있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주체하지 못할 사랑으로 넘치고 넘쳐

그 자체로 온전한 사랑을 이루게 하소서.

 

성탄전야에.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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