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과 함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무엇이 마지막인가?

방산하송 2013. 12. 30. 14:37

 

 

이번 주 들어 마지막이라는 말을 너무 자주 듣는다. 특히 방송은 올 해의 마지막이라는 말을 수없이 달고 사는데 그야말로 마지막의 과잉현상이다. 무엇이 마지막이란 말인가? 매일 반복되는 일상 중의 하루고 살면서 해야 하는 일의 하나일 뿐인데 굳이 마지막이라고 애써 강조한다고 무엇이 달라지는가? 좀 더 생각해 본다면 모든 하루하루, 일어나는 일마다 마지막 아닌 것이 또 어디 있는가? 마치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무슨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것처럼 습관적으로 마지막이라고 말하고 있다.

 

필요에 의해 만든 것이긴 하나 시간의 매듭을 지어놓은 것도 인간이고, 그것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거나 지켜야할 무엇인 것처럼 스스로 얽매어 사는 것도 인간이다. 강박관념 때문이거나 누군가에 의한 부추김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시기만 되면 그때마다 무엇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요란을 피우고 호들갑을 떠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오늘 내일도 연말이라고 거리마다 사람이 넘쳐나고 흥청거리고 또 그렇게 제야가 지나갈 것이다. 날마다 뜨는 해를 꼭두새벽에 보겠다고 장사진을 치며 목을 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가는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너무 요란을 떨 일은 아니다. 조용히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

 

시간의 흐름이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 이제는 해가 바뀐다고 유달리 생각되거나 특별히 무슨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지도 않다. 의욕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탓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전혀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삶에 대해 더 진지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수선한 연말이지만 조용히 앉아 마음을 다스릴 겸 올 겨울 처음으로 글을 새겨보았다. 얼마 전 구한 돌배나무에다 새긴 것인데 주고 싶은 사람이 많아 걱정이다. 집을 새로 지은 정박사, 최성각 소장, 우리 동네 영수씨 등. 모두 같은 글로 새겨 하나씩 주면 되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2013년 세밑에.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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