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과 함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겨울 춤

방산하송 2013. 12. 11. 11:50

춤을 추자

훠이 훠이 눈 내리듯

소나무 숲에 눈 내리듯

남도 가락 진양조 느린 소리

무거운 짐 다 벗어버리고 

바람에 흩날리는 눈이 될 거나

 

춤을 추자

훠이 훠이 타오르듯

장작불 뜨겁게 타오르듯

흔들리며 치솟는 잦은모리, 휘모리

남은 시름 다 살라버리고

거칠 것 없는 불길이 되어 볼거나 

 

춤을 추자

훠이 훠이 날아오르듯

빈 들녁에 새 날아오르듯

어깨춤 출렁이는 메나리제 소리

무위의 세월인양 하늘을 나는

날개 짓 고운 학이 될 거나 

 

눈 내린다

내 마음에도 눈 내린다

훠이 훠이 춤을 추자

무상한 것쯤 마저 다 털어버리고

어느 딴 세상 다시는 못 볼

흥겨운 잔치판인 듯 춤을 춰보자

 

 

사람들은 일 년 내내 바삐 움직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사실 겨울은 몸을 많이 쓸 필요가 없는 계절이다. 전통적인 생활방식이란 여름에 많이 움직이고 추운 겨울엔 몸을 보전하고 힘을 축적하는 계절인 것이다. 더욱이 시골에서는 특별한 일을 하지 않는 이상 겨울에 몸을 움직이거나 밖으로 나가야 할 일이 거의 없다. 물론 집안에 있어도 이것저것 할 일은 많지만 크게 바쁘거나 힘을 쓰는 일은 아니다. 

 

당연히 몸도 마음도 게을러지는 경우가 많다. 12월 들어 아침이면 몸을 움츠리기보다 조금이라도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찬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쉽지 않으니 실내에서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다. 처음 이사 들어 왔을 때도 그랬지만 아침이면 음악에 맞춰 춤을 춰보는 것이다. 물론 정해진 춤이나 특별한 형태의 운동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키는 대로 몸을 흔들어 보고 율동을 해보는 것인데 그래도 한 십여 분 몸을 흔들고 나면 기분이 풀리고 움츠린 몸이 깨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더구나 눈이 내리는 아침이면 더욱 흥겨워진다. 나도 모르게 몸이 들썩거려지고 이쪽저쪽으로 눈을 쳐다보느라 바쁘다. 오늘도 아침부터 눈이 내렸다. 온 세상이 하얗고 눈발은 거셌다. 눈을 구경하다 흥에 겨워 한바탕 몸까지 흔들고 난 뒤 난로에 불을 피워놓고 앉아 있으니 세상 걱정할 것도 부러워할 것도 없다.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무엇이 더 필요할 것인가? 밖에는 아무 움직임도 없고 오직 눈바람만 드센데 뜨거운 차 한 잔을 들고 겨울 풍경을 즐기노라니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도 했다.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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