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과 함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대금을 기다리며

방산하송 2014. 1. 22. 11:53

 

대금을 배워보겠다고 

몇몇이 모여 만든 모임의 술자리에서

정직하게 연주를 해야

제대로 배울 수 있다는 젊은 강사의 충고는

마치 모든 삶의 자세이여야 한다는듯 허를 찔렀다.

부탁한 대금은 구하는 중이지만

훗날 문제가 생기면 어쩌냐는 우려에

일단 내 손에 주어지면 그 모든 것을 포함해

내 것으로, 평생지기로 삼겠노라고 다짐을 주었다.

어차피 세상이란 완벽할 수 없는 것 아니던가?

사람이든 물건이든

다소의 차이 다름은 언제나 존재하는 것 

감수하고 다스리는 것은 나의 몫일 것이다.

사람과 그 사람들의 세상으로 인한

며칠 극심했던 우울감과 상실감도 사실은

차이가 곧 존재의 의미인 것을 잊었기 때문이리라.

똑 같은 대금도 백이면 백 음색이 다르다고 하니 

사람마다 서로 다른 눈과 귀, 생각으로 말하고 

저마다의 주장이 다름으로 해서 어쩌면

세상은 세상다울 수 있는 것

대금이 오는 날 꼭 술 한 잔 다시 사겠다는

서툰 약속을 하고 술집을 나서며

싸한 겨울 바람 속에서 처진 어깨를 추스렸다.

 

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