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과 함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가을 저녁- 윤동주

방산하송 2014. 10. 20. 20:17

오늘 저녁엔 자화상

그리고 서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그의 시에서는 서늘한 향기가 난다. 

죽어가는 것들을 노래한

영원히 나이 들지 못하는

그래서 언제나 젊은 그의 시

가을비가 내린다.

북간도에도 후쿠오카에도 비가 내릴까?

별도 보이지 않는 밤

오늘 저녁 다시 그를 불러

마음 속에 등불 하나 켜고

그가 노래한 것들을 따라 가본다. 

그가 사랑했던 것들

괴로워했던 것들

고 싶어 했던 것들을

그러나 이 시대 이 나이에

그의 시를 읊조린다는 것이 어쩐지 쑥스러워진다.

오늘도 어제도 아무 셀 것도 없는 세상

이름 불러 볼 친구, 어머니, 먼 이국의 시인도

바람과 별이 흐르던 우물도 없다.

다만 어두운 하늘 밑 

미워지다 다시 가엾어진 나만 남아

그의 순수에 가슴을 떨뿐... 

 

 

가을비가 내리는 저녁, 왜 갑자기 윤동주의 시가 새롭게 와 닿는지 나도 영문을 모르겠다. 젊었을 때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감정이 일어난다. 세월이 달라졌으니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어두운 시대와 혼란 속에서도 어찌 이렇게 맑고 깨끗한 언어와 시를 만들어 냈을까? 죽음마저도, 흐린날 마저도 투명하고 깨끗한 이미지가 느껴지니 가을이 깊어가는 밤, 나는 그의 순수와 짧은 삶에 더 마음을 뺏겼나 보다.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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