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이 좋다.
어딜 갔다가도 얼른 오고 싶다.
눈 빠지도록 기다리는 식구들이 많아서...
빛나는 계절이다. 좋은 봄날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사람이 방문하여 집안이 환해지고 기분이 즐거워지듯 마치 봄의 여신이 우리 집으로 놀러와 반가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돌담과 새로 꾸민 화단이 잘 어울리고 그동안 고생했던 나무들도 이젠 거의 자리를 잡은 듯 새잎들이 싱싱하게 뻗어 나오고 있다. 연못에도 연잎이 드문드문 올라오기 시작한다. 거실에 앉아 쳐다만 보아도 꽃과 나무들이 잘 어울려 보기 좋지만,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면 사방에서 느껴지는 봄의 향기가 저절로 몸과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집 뒤 텃밭은 이미 잘 일구어 놓았다. 새로 심을 모종들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이것저것 손을 보며 하루 종일 집안에만 머무르고 있지만 도무지 지루한줄 모른다. 그러니 어쩌다 밖으로 출타를 했다 손 치더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이 일어난다. 모두 나를 기다리고만 있는 것 같아서다. 큰 소나무, 앞산, 운이와 깜순이, 연못의 금붕어, 겨울을 잘 넘긴 마늘과 양파, 쑥쑥 자라나는 개나리, 대문 앞 새 줄기가 힘차게 올라오는 접시꽃, 잘 생긴 목단, 동쪽의 매화, 산벚과 단풍나무들, 요즘 한창인 자목련과 목해당화,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철쭉, 방울이 달리기 시작한 둥글레, 엊그제 심은 골담초와 박태기나무, 뒤안의 자두, 앵두, 살구, 은행나무와 그리고 뒷담의 대나무들까지.
봄은 봄이다. 화사한 꽃들에 벌이 모여들 듯 나도 한눈을 팔다 보면 두보의 江畔獨步尋花七絶句(강반독보심화 칠절구)에 江上被花惱不徹 無處告訴只顚狂(강가 온통 꽃으로 만발하니 머리가 아득, 어디 누구에게 알릴 데도 없으니 그저 미칠 지경) 이라고 노래한 그 마음이 바로 나의 심정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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