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산에 있던 소나무를 한 그루 집 입구에 옮겼다. 진즉부터 길섶 강사장에게 이야기해 놓았던 나무다. 아직 몸통이 가는데 조금 키가 크다는 느낌은 있지만 심어놓고 윗가지를 치고 보니 과연 늘씬함 몸매에 소나무의 고고한 기상과 자태를 잘 보여준다. 아직 충분히 크지는 않았지만 이미 낙낙장송의 품위가 엿보인다.
심은 뒷날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지주목을 몇 번이나 고쳐 세웠는데 뿌리가 충분하지 못해 무사히 활착이 될 것인지 불안하기도 하지만 살아만 난다면 더 없이 좋은 벗이 될 것 같다. 윗쪽의 큰 소나무에게 새로 온 아우 소나무를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하였다. 뿌리를 잘 내려 살게 된다면 그야말로 이 집의 새 주인이 될만한 나무다.
우리집의 당호가 송하산방이기도 하지만 집 입구가 허전해 늘 지나가던 차나 사람이 거리낌 없이 마당으로 들어오고 하여 조금은 언짢았으나 소나무가 서고 보니 이제는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될 것 같은 짜임새와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과연 주인이 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나무는 100년을 보고 심는다 하였다. 이 소나무를 이 집의 상징으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 내가 죽은 뒤에도 길이 남아 이 집을 수호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해본다. 소나무를 심어 놓고 연이틀이나 기분이 들뜰 정도로 흡족하였다. 나무 한그루에 지나지 않지만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흐믓하게 해준다는 것도 참으로 고맙다. 부디 뿌리를 잘 내려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송하산방에서.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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