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을 놓았다.
공들여 고랑을 내고 두둑을 잡아
다섯 접
먹고 남으면 형제들 맛이나 보여줄 만큼만
거름도 양껏 주지 못하고
때 맞춰 웃거름 줄줄도 모르고
빈손으로 찾아가 헛된 말비료만 뿌릴 뿐
알량한 계산 끝에 비닐마저 걷어 치웠으니
올겨울은 더 추울 것이다.
추위도 추위지만
날 풀리면 풀은 또 어떻게 감당하나?
매고 돌아서면 언제냐 인 듯 다시 돋아나는 풀
아무리 애를 써도 이길 수도 없지만
그래도 땅이 살아야 풀이 살고
풀이 살아야 마늘도 살고 사람도 살 것 아닌가?
애초에 온 농사는 그른 일
욕심일랑 버리고
하늘이 주는 만큼만 먹고 살아야겠다.
*‘마늘을 놓는다’는 ‘마늘을 심는다’는 전라도 지역의 말
흉내 농사꾼.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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