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과 함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하늘이 주는 만큼만

방산하송 2012. 10. 23. 20:54

마늘을 놓았다.

공들여 고랑을 내고 두둑을 잡아

다섯 접

먹고 남으면 형제들 맛이나 보여줄 만큼만

 

거름도 양껏 주지 못하고

때 맞춰 웃거름 줄줄도 모르고

빈손으로 찾아가 헛된 말비료만 뿌릴 뿐

알량한 계산 끝에 비닐마저 걷어 치웠으니

올겨울은 더 추울 것이다.

 

추위도 추위지만

날 풀리면 풀은 또 어떻게 감당하나?

매고 돌아서면 언제냐 인 듯 다시 돋아나는 풀

아무리 애를 써도 이길 수도 없지만

그래도 땅이 살아야 풀이 살고

풀이 살아야 마늘도 살고 사람도 살 것 아닌가?

 

애초에 온 농사는 그른 일

욕심일랑 버리고

하늘이 주는 만큼만 먹고 살아야겠다.

 

*‘마늘을 놓는다’는 ‘마늘을 심는다’는 전라도 지역의 말

 

흉내 농사꾼.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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