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과 함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겨울 바람골

방산하송 2012. 12. 4. 11:57

바람골이라고

사철 바람만 불겠느냐?

바람 좀 분들 얼마나 더 춥겠느냐?

더운 여름엔 솔바람 시원하느니

산비탈을 타고 내려오면

산 내음, 풀 내음

뒷산 새 소리, 물소리, 산짐승 발자욱 소리

 

바람이 세어 바람골

눈이 쌓이면 오가지도 못했다지만

먼 시절 옛 이야기일 뿐

외롭다면 한 번 와 보시게나

외로움을 마주하고

가만히 숨 죽여 들어보게나

칼같이 내려 꽂히는 세찬 바람소리를

 

칠흑같이 어둔 밤

검은 하늘을 쏜살같이 달려가는 바람

밤을 찢는 날카로운 비명 소리

온 몸을 뒤지는 불같은 소리

거세게 부딪히는 소리

들썩이는 소리

뒤집히고 날려 가는 소리

 

그러나 몰아치던 바람이

잠시 숨을 고르는 새벽녘 밖을 나서면 

아! 온 세상이 하얗고

어제보다 더 푸른 소나무

비로소 두려움은 가시고

그래, 외로움이란 한갓 치장 같은 것

바람에 날려 보내도 좋은 것

사는 게 바람 같은 것

 

바람이 드세다고

잠시 한 겨울 견디기야 못하겠느냐?

옷깃 사리고 기다리면 어딘들 봄이 오지 않겠느냐?

봄바람이 불면

다시 생명의 잔치 시작될 터이니

아무리 외롭다 한들

환한 꽃 웃음 짓지 않을 수 있겠느냐?

 

                                                                                          - 바람골에 부는 겨울바람은 정말 세다.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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