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골이라고
사철 바람만 불겠느냐?
바람 좀 분들 얼마나 더 춥겠느냐?
더운 여름엔 솔바람 시원하느니
산비탈을 타고 내려오면
산 내음, 풀 내음
뒷산 새 소리, 물소리, 산짐승 발자욱 소리
바람이 세어 바람골
눈이 쌓이면 오가지도 못했다지만
먼 시절 옛 이야기일 뿐
외롭다면 한 번 와 보시게나
외로움을 마주하고
가만히 숨 죽여 들어보게나
칼같이 내려 꽂히는 세찬 바람소리를
칠흑같이 어둔 밤
검은 하늘을 쏜살같이 달려가는 바람
밤을 찢는 날카로운 비명 소리
온 몸을 뒤지는 불같은 소리
거세게 부딪히는 소리
들썩이는 소리
뒤집히고 날려 가는 소리
그러나 몰아치던 바람이
잠시 숨을 고르는 새벽녘 밖을 나서면
아! 온 세상이 하얗고
어제보다 더 푸른 소나무
비로소 두려움은 가시고
그래, 외로움이란 한갓 치장 같은 것
바람에 날려 보내도 좋은 것
사는 게 바람 같은 것
바람이 드세다고
잠시 한 겨울 견디기야 못하겠느냐?
옷깃 사리고 기다리면 어딘들 봄이 오지 않겠느냐?
봄바람이 불면
다시 생명의 잔치 시작될 터이니
아무리 외롭다 한들
환한 꽃 웃음 짓지 않을 수 있겠느냐?
- 바람골에 부는 겨울바람은 정말 세다.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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