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를 매달고
김장을 마친 다음날 눈이 내렸다.
인제 뭐 할일이나 있냐?
개밥이나 주고 앉아 있으면 되겠다는 어머님 말씀.
눈이 쌓이면 고구마 삶아 놓고
하염없이 눈 구경이나 하고
햇볕 들면 시원한 동치미 내다 먹으며
고드름 떨어지는 소리나 듣고
그러다, 보고 싶은 이가 생각나면
오랜만에 안부 전화나 하고...
겨울 밭으로 올라가는 빈 길은 허전하고
매운 바람은 찬데
대나무 잎에도
석류나무 가시 위에도
사는게 그런 것이라고 어루만지듯 눈이 내렸다.
12월 둘째 날, 눈이 내리다.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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