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손
이제 무거운 짐은 내려놓자.
바람 불면 부는대로
거친 들판 서로 껴안고 가자.
별이 흔들리더니
눈송이 떨어져 꽃처럼 피어난다.
어느 날 잠결에 팔이 무겁고 힘들어 전전긍긍 하다가 나도 모르게 방 바닥으로 팔을 내리자 갑자기 홀가분하고 시원해짐을 느꼈다. 순간 나는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버리지 못하고 들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았다. 무엇을 가지고 싶고 이루고 싶은 욕망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실망과 기대가 분노와 원망으로 남아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집착이 내내 마음에 남아 나의 행동과 말에 제약을 가하고 부자연스럽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놓으면 될 것을...
그러나 인간이 인간을 용서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리라. 단지 그에 대한 집착과 원망을 스스로 내려놓는 것일 뿐. 그것은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이다. 아무 대가 없는 용서란 쉽게 용인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대가란 상대가 스스로 짊어져야 할 짐이고, 설혹 어느 정도의 응징이나 보상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결코 이전 상태로의 완전한 회복이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인간의 힘으로 이러한 모든 것들을 판단하고 조정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용서란 신의 몫일수도 있다. 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