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과 함께

지리산을 보며

올해는

방산하송 2013. 1. 2. 17:22

三餘 (삼여)

夜者日之餘 (야자일지여: 밤은 하루의 나머지 시간)이고, 冬者歲之餘 (동자세지여: 겨울은 일 년의 나머지)이며, 陰雨者時之餘 (음우자시지여: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은 농사철의 나머지)이니 爲學當以三餘 (위학당이삼여: 학문을 하는데 이 셋의 여유면 충분)하다.

 

위지(魏志) 왕숙전(王肅傳)에 나오는 내용으로, 후한(後漢) 헌제(獻帝) 때 동우(董遇)라는 사람이 제자 되기를 청하는 이에게 讀書百遍意自見(독서백편의자현)이라는 말로 스스로 공부하는 자세를 일깨우자, 그렇게 오랫동안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에 대답한 것이라고 한다.

 

해가 바뀌었으니 무언가 더 열심히 잘해야 할 일이 없겠는가? 생각해보다 문득 책읽기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리저리 뒤적이다 찾아낸 글이다. 특히 이번 겨울들어서는 영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처음 시작할 때 마음을 차분하게 가다듬지 못해서인 것 같다.

 

三餘 (삼여)라는 말과 더불어 삼여도라는 그림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남을 여(餘)자’와 ‘물고기 어(魚)자’의 중국식 발음이 서로 같다는 것을 이용하여 물고기 세 마리를 ‘삼여(三餘)’의 의미로 표현해 놓고 삼여도라 읽으며 학문을 독려하는데 사용했다고 한다. 간혹 민화에 등장하는 물고기 그림이 그런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여기서 ‘餘’ 란 나머지, 여분이라는 뜻으로 쓰였으나 여유로움으로 해석해도 좋은 글이 될 것 같다. 책읽기와 더불어 다른 세가지, 일하는데 생각하는데 물질적인 것을 갖추는데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자는 뜻이다. 세상일에 대해서도 이젠 좀 자유로워져야겠다.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실망이나 불만스러움 같은 것도 가능한 한 잊도록 하자. 좋은 문장을 찾았으니 본격적으로 서각을 하면서 그 뜻을 새겨봐야겠다. 스스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단순한 삶이 좋을 것이다. 올 계해년에는 그렇게 살 수 있기를 희망한다.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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