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과 함께

산내통신

아침 식탁에서의 망상

방산하송 2013. 10. 1. 22:50

 

 

나는 웬만해선 아침을 거르지 않는다. 늦더라도 꼭 챙겨먹는 편이다. 그러나 제대로 챙겨먹는 것이 쉽지는 않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심심한 시래기국에 밥을 말아 먹는 것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조금 귀찮기도 하여 간단하게 빵 한 조각과 과일 몇 쪽, 그리고 커피 한 잔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간단한 아침이 내 체질에는 잘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이 국적불명의 상차림이 과연 한 끼 식사로서 충분한가에 대해서 늘 의문이 간다. 이걸 뭐 아침식사라고 할 수 있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때운다. 식빵 한 조각에 믹스커피 한 잔, 오늘은 고구마와 포도가 있고 토마토 삶은 것이 있다. 가끔 계란프라이를 먹기도 한다. 그런데 비만체질도 아니고 대단치는 않지만 늘 일을 해야하는데 과연 이렇게 먹는 것이 괜찮을까? 염려가 되는 것이다. 일을 많이 할 땐 새참도 안 되는 양이다. 점심이나 저녁 때 근사한 식사가 기다리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역시 마찬가지인데 참 한심하기도 하다.

 

한가지 중요한 메뉴는 책이다. 오늘은 토마스 머튼의 명상집이다. 대화할 사람이 없으니 늘 책을 편채로 식사를 한다. 좋지 않은 습관이지만 또 이때가 하루 중 가장 진지하게 책을 대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머튼은 첫 부분에서 '현재의 삶과 유리된 영성, 비현실적인 것에 기초한 신앙이란 죽음에 가깝다.'고 경고하였다. 육신의 양식과 마음의 양식을 동시에 섭취하는 셈이니 배와 머리가 동시에 채워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라고나 할까?

 

먹는다는 것. 참 쉽지 않은 일이다. 걱정없이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새삼 느낀다. 당장이라도 남자들은 집에가서 집사람들에게 절을 세번 씩 해야할 것이다. 매일매일 반복해서. 그것도 모자라다. 적어도 설겆이 쯤은 도맡아 처리하는것이 공평하다. 밖에 나가 돈벌어 온다고 큰 소리 치지 말라. 돈이 없으면 살 수 없으나 그렇다고 돈을 먹고 사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면 한 번씩은 이런 생각도 한다. 그 잘하는 첨단과학으로 요리저리 배합하여 한끼 식사로 충분한 김밥 한 개 정도의 기능성 식품같은 것 좀 만들수 없을까? 가끔씩 혀의 식감을 즐기고 이빨 운동이나 위장의 안전을 위해 주기적으로 일반 식사를 겯들이면 문제가 없도록...  그런데 또 걱정이 앞선다. 있는 사람들은 매일 풍성한 식사를 즐기지만 가난한 자들은 늘 이 규격식품으로 때우다 어쩌다 한 번씩 일반 식사를 해 볼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또 비싼 수입제품과 일반 국내제품, 값싼 중국산 등으로 구분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차이가 많은데 이 꼴은 또 어찌 보고 견디나?  아서라. 적게 먹고 가는 똥 쌀지언정 먹는 재미마저 없어져 버리면 무슨 낙으로 살아갈꼬?

 

책은 명상으로 펴놓고 생각은 망상을 하고 있으니...

 

 

소은.

 

 

 

 

 

'산내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대에 서다.  (0) 2013.11.19
이웃사촌  (0) 2013.11.04
대문을 놓다.  (0) 2013.09.24
안개  (0) 2013.09.09
산 공부  (0) 2013.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