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그 흔한 민들레가 잘 보이지 않길래 어째 이 동네는 민들레도 그리 없나? 혼잣말을 하기도 하고 조금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했었다. 다른 곳을 둘러보아도 마찬가지였다. 농약 때문인가? 하고 넘겼는데 이번 봄 동편 화단에 난데없이 민들레가 군락을 이루다시피 피어났다. 마치 작년 봄에 내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한꺼번에 나타난 것이다. 지나가던 동네 어른이 민들레를 같다 심었냐고 물었다. 그 어른의 눈에도 유난히 많다 싶은 모양이었다. 작년에 개망초와 고추냉이만 보이는 대로 캐내고 가끔 보이는 민들레는 손을 대지 않아서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내 마음에는 나를 찾아온 친구들인 것만 같았다. 덩달아 기분이 즐거워졌는데, 화사하고 보기 좋은 꽃들이 많지만 때 되면 피어나는 풀밭이나 길가의 작은 꽃들에 자꾸 눈이 더 가는 것은 나이 때문인지 모르겠다.
자연의 선물이다. 마치 '그대가 우리를 고대했으니 찾아왔다'고 하는 것 같았다. 때 되면 왔다가 때 되면 가고, 다시 봄이 오면 찾아오는, 자연스럽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꾸미지 않아도 되는 것, 표시내고 요란 떨지 않아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 엊그제 밭일을 하다 말고 갈라 터진 손을 보다가 갑자기 비교할 데 없는 손의 효용성과 내 신체의 일부로서의 수고로움에 고마움을 느끼고 그것을 글로 나타내 본다는 것이 문명이니 역사니 넘치는 단어들을 앞세웠다가 민망스러워 모조리 들어내고 지웠던 것이 생각난다. 서투른 욕심이었다. 그저 '손아 발아 참 수고가 많다. 네 덕분에 먹고 산다.' 했으면 족할 것을 그렇게 궁리를 피우다니...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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