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과 함께

산내통신

마당에서 봄을 줍다

방산하송 2015. 3. 21. 20:49

마당 구석 여기저기 개불알꽃이 보였다. 내친 김에 둘러보니 사방에 지천으로 널려있고 풀들사이로도 제법 많은 봄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盡日尋春 不見春

芒鞋踏遍 瀧頭雲

還來適過 梅花下

春在枝頭 已十分

 

봄을 찾으러 하루종일 온 산을 헤매고 다녀도 만나지 못했는데 집으로 돌아와 우연히 매화 밑을 지나다 보니 봄은 이미 그곳에 만개해 있더라.

 

당나라 어느 승려의 오도송이라고 하는데 깨달음이란 먼 곳에, 거대하고 심오한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 있다는 말일게다. 그런고로 멀리서 봄을 찾을 필요가 있겠는가? 오늘은 마당에서 봄맞이를 한 번 해보자. 

  

 

마당을 한 바퀴 돌면서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개나리는 벌써부터 꽃망울을 달고 있었고 어린 산수유도 꽃을 피웠다.

 

 

운용매가 일찍 꽃을 달았고 백매는 꽃봉우리가 잔뜩 붙어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청매는 아직 어려 꽃이 많지 않고 홍매는 철이 한참 남았다. 연못가에 수양매가 앙증맞다.

 

 

화단에 작년에 심은 수선화가 언제인지 모르게 올라와 있고, 어라! 저기 민들레도 벌써 피었네. 미선나무도 잔뜩 꽃망울을 매달고 있다.

 

 

연못 입구에 별 꽃이(내가 붙인 이름이다.) 보이고 물 속에는 노랑어리연과 수련의 어린 잎들이 막 올라오고 있다. 그 사이로 금붕어들이 겨울을 잘 지내고 살아 남아 있다.

 

 

뒷밭에는 냉이, 씀바귀 등이 많이 보이는데 벌써 노란 꽃들이 올라오고 광대나물도 여기저기 돋아 있다.

 

 

대나무 아래 머위꽃이 많이 맺혀 있다. 그 사이로 자주제비꽃이 군데군데 보인다. 겨울을 지나고 나니 대나무 잎이 많이 상한 것 같다. 비가 좀 와야 할 텐데...

 

아직도 아침 저녁은 춥고 큰 산에는 흰 눈이 남아 있지만  그럼에도 이미 봄은 우리 마당에까지 다 왔다. 무엇보다 작년에 심은 마늘과 양파가 저리 싱싱하게 솟아나고 있으니 틀림없이 봄이 아니고 무엇이랴? 곧 만화방창의 꽃잔치가 시작 될 것이다. 그럼 나는? 어떤 준비나 조건, 비용도 없이 그저 구경만 하면 된다. 다만 같이 즐길 친구가 없다면 얼마나 아쉬운 일인가?

 

봄 기운을 느끼며.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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