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과 함께

산내통신

벌과의 전쟁

방산하송 2015. 8. 27. 23:45

 

포도가 익었다. 제법 좋은 맛이다. 그런데 불청객이 설친다. 말벌이다. 어디서 왔는지 매일 여러 마리가 달려들어 포도를 뜯어먹는다. 단맛이 든 줄 귀신같이 알고 잘 익은 것마다 입을 대어 보기가 흉할 지경이다. 처음에는 겁이 나기도 했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어 파리채를 들고 나가 포도에 정신 팔고 있는 놈들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포도 알이 마당에 마구 떨어졌다. 맞아 요란하게 달려들어 나와 정면승부를 벌이다 파리채에 맞아 떨어진 놈도 서너 마리가 된다. 떨어진 포도를 주어 먹어가면서 벌과 싸움을 벌였다. 다행히 아직까지 쏘이지는 않았다.

 

 

감히 포도를 건드리다니. 좀 적당히 먹었으면 그렇게까지는 안했을 것이다. 봉지를 씌우라고도 하지만 그까짓 포도를 가지고 뭔 봉지까지나? 안먹고 말지. 애초에 거실 앞에 그늘을 만들 생각으로 포도를 심었지만 그래도 포도가 열리니 오며 가며 한 송이씩 따먹는 것이 상당한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이놈들이 그 얼마되지도 않은 포도를 축내려고 달려들다니. 아무리 잡아도 벌의 수가 줄어드는 것 같지도 않다. 인해전술인가? 하릴없이 며칠째 벌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다. 어쨌든 집사람이 오는 주말까지는 포도를 사수해야한다.  소은.

 

 

 

'산내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인을 만나다  (0) 2016.06.20
병신 모 축  (0) 2016.06.12
수련이 피다  (0) 2015.06.13
마당에서 봄을 줍다  (0) 2015.03.21
눈이 온다고 난리법석  (0) 2014.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