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과 함께

산내통신

가을이 오다.

방산하송 2014. 9. 5. 10:35

 

 

가을 햇볕이 화창하다. 작년 거실 앞에 심은 포도가 올해는 제법 많은 열매를 맺었다. 요즘이 들어 잘 익었는데 오며가며 한 송이씩 따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름에 그늘을 만들기 위해 양쪽에다 심어 위로 올린 것인데 포도가 익으니 벌이 많이 날아들어 바쁘게 돌아다닌다. 말벌인데 쏘이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서로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 포도알에 여기저기 상처를 내어 뜯어먹는 그렇다고 봉지까지 씌우기에는 좀 그렇다. 각자 자기 먹고 싶은만큼 따 먹는 것이니 나나 벌이나 전혀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아침이면 두어송이 따 식사에 겯들이는데 맛이 그만이다. 옛날부터 포도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잘 익은 포도맛은 달콤하고 향기로워 입맛까지 살아나게 하는 것 같다. 빵 한 조각에다 김용현네 천사들이 같다 준 계란으로 만든 부침 하나, 믹스 커피(이것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편리하고 우리 입맛에 너무 잘 맞아 버릴 수가 없다.), 그리고 끝물인 방울 토마토와 포도 몇 알를 가지고 아침을 먹는다. 물론 변함없이 주 식단은 된장국에 김치지만 아침은 종종 이런식으로 해결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란이 소비되지 않는다. 포도도 마찬가지다.

 

아침 하늘이 더 없이 맑고 높다. 낼모레가 추석이다. 큰 산이 선명한 모습으로 서 있다. 약간의 구름, 곧 가을 빛이 산을 타고 내려올 것이다. 쑥부쟁이 구절초 길가에서 반기고 겨울 철새들이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두번 다시 보지 못할 젊은 넋들, 빚진 마음이 무거우니 이번 추석에는 진도항에나 한 번 같다 올까?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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