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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내통신

명인을 만나다

방산하송 2016. 6. 20. 21:00

지난 토요일 남원 국악원의 토요공연에 다녀왔다. 원장현 선생의 대금연주를 듣기 위해서였다. 이런 기회란 두 번 생기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내가 배우는 대금의 유파가 바로 원장현류 산조인데 원장현 선생은 현존하는 대금 명인 중에서 이생강 명인과 더불어 최고의 연주자라 할 수 있다.


대금 유파마다 특징과 차이는 있겠지만 원장현류는 다른 유파보다 더 진한 소리의 맛을 느낄 수 있고 내 취향에도 잘 맞는다. 그러나 남원국악원에 있는 대금주자는 대부분 서영석류를 전공한 사람이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국악강좌에서도 역시 서영석류를 전수하고 있다. 서영석 명인이 남원출신이고 남원에서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최근에야 내가 대금을 사사하고 있는 박원배 선생이 원장현류 전공으로 국악원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원국악원 대금 초급반에서 박원배 선생에게 처음으로 대금을 배우게 되었다. 박원배 선생은 원장현 선생에게 직접 공부한 제자다. 물론 처음에는 유파가 어떤 것인지,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몰랐으나 대금에 대해 눈을 뜨고 나니 원장현류가 가장 나에게 와 닿았고 그것을 공부할 방법을 모색하다 보니 박원배 선생에게 부탁을 하여 사사를 받게 된 것이다.


국악기를 연주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정확한 음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단히 미묘한 소리의 맛과 변화를 크게 강조하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국악기를 배운다면 군자의 악기라 할 만한 거문고를 배우고 싶었다. 그러나 거문고를 배운다는 것은 그 기회를 만들기가 대단히 어렵다. 더군다나 악기가 크다. 들고 다니기가 불편하고 자주 연주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대금을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훌륭한 결정이었다.


대금을 연주하려면 우선 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매우 지난한 과정의 연습을 필요로 한다. 단순한 소리만 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면서도 맛이 있는 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게 때문이다. 아마 내 생각으로는 한 삼년은 공부를 해야 비로소 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고 한 오년 열심히 하면 어느정도 연주를 할 수 있으며 자기 나름대로 대금연주를 하려면 그래도 십여년 이상은 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제 대금을 접한 뒤 3년이 되었다. 처음 박원배 선생과 공부를 시작할 때 칠팔 명 되던 사람이 지금은 다 포기하고 나와 신여사 둘만 남았다. 사정이 있기도 했겠지만 그만큼 대금공부가 쉽지 않아서일 것이다. 나 역시 아직 짧은 산조도 완벽히 소화를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처음 시작할 때에 비하면 일취월장한 셈이다. 제법 소리를 잘 내는 편이라고 이야기도 듣지만 아직도 한참이나 멀었다.


나의 바램은 산조를 익힌 후 시나위를 연주할 수 있는 수준, 그리고 정악을 공부해서 청성곡이나 상령산 정도라도 한두 곡 연주할 수 있는 정도였으면 한다. 또 우리 연배들이 좋아하는 올드 팝을 맛갈스럽게 연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금이 손에 익으면 한 번씩 친구나 지인들을 초대해 연못가나 앞 뜰에서 조그만 연주회를 열고 싶다. 꽃피는 봄날이나 여름날 연꽃이 피었을 때, 또는 스산한 가을 보름달이 환하게 떳을 때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정담과 풍류를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원장현 선생의 연주는 가히 신취라고 할만한 능숙하고 숙련된 그러면서도 대금의 맛이 잘 살아있었다. 남원 국악원의 소공연실인 예음헌은 마이크 시설 없이 직접 연주자와 청중이 마주보고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잘 만들어진 연주 공간이다. 연주가 끝난 후 원장현 선생도 연주 공간이 참 좋다고 칭찬을 했다. 원장현 선생의 인사말 끝에 대금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누군가의 질문에 한 눈 팔지 않고 열심히 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했다. 자기 자신이 오로지 대금 하나로 지금까지 노력해 온 결과 오늘날의 위치에 오게 된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연주회가 끝난 뒤 원장현 선생과 악수를 나누고 박원배 선생한테 대금을 배우고 있다고 내 소개를 한 뒤 같이 사진을 한 장 찍고 나왔다. 모처럼 귀한 연주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참으로 감사했다. 지금도 원장현 선생의 연주가 귀에 들리는 듯 아련하다.  그리고 대금 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지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원장현 연주회를 다녀와서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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